누가 4월을 잔인하다 했는가?
누가 4월을 잔인하다 했는가?
  • 조충민 기자
  • 승인 2019.05.09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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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시인 엘리엇이 장편시 ‘Waste land(황무지)’에서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한 뒤부터 잔인한 달은 4월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일가족 및 모자(母子) 자살 사건(본보 5월8일자)이 일어나면서 5월이 더 잔인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5월은 가정의 달로서 사랑스런 가족끼리 정을 더욱 돈독히 하는 달이다.

특히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부모, 자녀 간 서로 선물도 주고 받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뜻깊은 날이다.

공교롭게도 어린이날에 일가족 자살사건이, 어버이날에 모자 자살 사건이 발생,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5일 새벽 생활고에 시달리던 일가족 4명이 경기도 시흥시 한 농로의 렌터카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차 안에는 S씨(34)와 아내(35)가 4살 아들, 2살 딸을 각각 꼭 끌어안고 의자에 앉은 채로 사망해 있었다.

부부의 당시 마음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 온다. ‘아이들 생각을 해서라도 죽을 각오로 살아봤으면…’ 하는 답답함마저 든다.

이들 부부는 김포 소재 공장에서 맞벌이를 했고 개인회생절차를 밟고 있었으며 7천만 원 정도의 빚이 있었는데 2000만 원이 가족의 빚이고 5000만 원이 사채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월급에서 80만 원씩을 변제하고 있었는데 한 달 전쯤 부부가 둘 다 실직상태에 들어가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서는 “채무자‧회생위원 또는 개인회생채권자는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가 완료되기 전에는 인가된 변제계획의 변경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변제계획변경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다. 변제기간 중 급격한 경제 환경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기에 마련된 구제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들 부부가 이러한 구제책을 알고 있었는지 큰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다.

어버이날인 8일 오전에는 김포시 구래동 한 아파트 7층에서 A군(10)이 방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A군 어머니 B씨(41)는 아파트 다용도실 완강기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 사망한 어머니가 특별한 직업이 없었고,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정보원이 운영하는 사이트 ‘복지로’에 가면 이런 저런 사회안전망이 소개돼 있다. 김포시에서도 각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사회안전망을 운영하고 있다.

‘잔인한 5월’이 아닌, 김포시민 모두가 행복한 5월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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